본문 바로가기

Clemence #B5AEF7

(33)
이 세대가 저물기엔 너무 이르다 -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신승원의 퇴단을 바라보며 나보다 발레를 오래 본, 연상의 지인이 한동안 무력했던 시기가 있었다. 함께 성장한 무용수들의 은퇴 소식이 전해졌던 때였다. 콩쿠르를 누비던 주니어 때, 신인 시절, 솔리스트, 주역 데뷔를 다 기억하는데 어느새 은퇴 공연을 올리고 무대에서 내려온다니 적응이 되지 않는다면서. 아직도 거침없는 젊은 시절이 생생한데 발레계에서 흐르는 시간은 일반적인 기준과 다르다고. 특히 국내 무대에 비슷한 시기를 거쳐온 주역급 무용수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갑자기 한 세대가 저물었다는 기분에 잠시 서글퍼졌다고 밝혔다. 그분께서 언급한 무용수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시 무대에 서고 계시지만, 큰 전막 무대를 기대하긴 어려운 사정이다. 언젠가 나도 저 시기를 거치겠거니 했다. 그래도 아직 내가 보고 자란 무용수..
2022년 발레 공연 라인업 소개 전막이 예년보다 줄어든 게 아쉽다. 유니버설발레단 일정이 평소보다 늦게 떠서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글이 다소 늦어졌지만, 뒷북이라도 정리해두겠다. 재연 텀이 짧다는 느낌. 차라리 더 보완해서 봄 이후에 넣으면 좋았을 텐데. 아, 근데 왜 주얼스라고 쓰는 걸까. 이미 보석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주얼스 영문 폰트를 넣어서 만든 포스터가 더 세련된 느낌도 아니라서 의문. 기대치 ●○○○○ 캐스팅 역시 복사 붙여넣기. 뉴 페이스로 연습할 기간이 없겠지만! 작년 캐스팅 조합이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에서 평소와 거의 다를 바 없다니. 핑크 다이아몬드 의상도 수정이 어렵겠지. 추천 ●●○○○ 그래도 작년 초연을 안 봤다면! 조금이라도 더 정돈됐나 궁금하다면! 올해는 패스. 작년..
2021년 발레 감상 연말 결산 소생글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1년 공연을 모아서 연말 결산 글을 올리는 목표를 세웠는데 작년엔 웬만한 공연이 다 취소되는 바람에 유의미한 통계를 내기 어려웠다. 올해는 30회 정도는 감상해서 정산할 만한 횟수를 채웠다. 드디어! 연말결산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1. 올해 가장 좋았던 공연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 할로윈데이 시즌과 맞물려서 더 분위기 있었던 지젤. 특히 홍향기-이동탁 페어의 지젤은 모든 부분에서 내 예상을 뛰어넘으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 무용수들이라면 이렇게 하겠지, 어느 정도 상상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전부 산산조각이 나서 더 의외성 있었다. 심지어 리앙 시후아이의 힐라리온까지, 어디 하나 빠질 게 없는 조합이었다. 살다 보니 힐라리온 캐릭터가 다 안쓰러워지네? 며칠 ..
엉뚱한 꿈 기록 꿈을 꾸지 않아야 제대로 된 숙면이라는데, 난 잠을 얕게 자는 편이라 평소 별의별 꿈을 다 꾼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부터 시작해서, 일어날 일은 없겠지만 공상은 했을 법한 상황, 현실과 아예 유리된 꿈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매우 구체적이다! 잠들기 전에 본 콘텐츠의 등장인물이 되기도 하고, 다음날 계획이 어그러진 꿈을 꾸기도 한다. 최근에 제일 많이 꾼 현실적인 꿈은 다름아닌 공연 취소다. 지긋지긋한 코로나 사태 이후로 임박해서 취소당한 적이 많고, 최근에는 공연장 스태프 파업으로 인한 취소까지 겪어서인지 공연을 앞둔 시기에는 비슷한 꿈을 많이 꾼다. 그러면 일어나서 내 티켓이 무사한가 확인한다. 공연 중 막이 갑자기 내려온다거나, 음악이 안 나온다거나, 내가 예매한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서 바득..
할로윈데이의 윌리!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로맨틱 발레의 대명사 은 가을과 특히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1막은 노릇노릇 무르익은 흙내음 나는 농가, 2막은 스산한 무덤가를 보여준다. 1막은 햇빛 쨍쨍한 낮, 현실 세계, 수확기의 생명력. 2막은 달빛 내려앉은 밤, 영혼의 세계, 삶과 죽음의 경계다. 일교차가 큰 가을 날씨에 걸맞는 레퍼토리인데, 이번 시즌은 특히 절묘했다. 할로윈데이 시즌과 지젤이 겹치다니! 딱 맞닿는 테마다! 지젤은 어떤 무용수가 표현하는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10월 30일 6시는 홍향기-이동탁 페어였는데, 이 조합의 지젤은 처음이었다. 티켓팅을 한 다음에 뜬 캐스팅인데,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페어인 만큼 기대를 걸었다.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스테레오 타입에서는 다소 벗어난 무용수라고 생각됐다. 전형적인 이미지도 좋지만, ..
유니버설발레단 X 정동극장 챔버 시리즈 유니버설발레단 X 정동극장 백조의 호수 &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정동극장의 장점 : 가까워서 표정, 손끝, 디테일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잘 보인다. 아늑한 소극장 느낌이다. 무대가 전체적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정동극장의 단점 : 좁은 공간에 맞추느라 동작이 작아진다. 군무를 풍성하게 보여주기 어렵다. 직원들이 계속 주의사항을 외쳐서 피로감이 높다. 정동극장을 방문하는 건 오랜만이었다. 로비부터 시작해서 많이 협소하다는 인상을 줬다. 코로나 시국 이전과 달리 입구에 커다란 비접촉식 체온계와 QR 체크인, 손소독제까지 비치하느라 공간이 더 좁아지지 않았나 싶다. 무대도 작은 편인데 대작들을 어떤 식으로 구성했는지 궁금했다. 어린이 청소년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해설이 시작된다. 참여를 유도하기도 하고, 백조를 표..
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무브먼트 시리즈 6 국립발레단 Movement Series 6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8/28~8/29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프로그램 국립발레단 무브먼트 시리즈가 6회를 맞이했다. 이번 무브먼트는 오랜 시간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발레단을 지도하는 이영철 발레 마스터의 공식 은퇴 공연을 겸했다. 총 8개 작품 중 특히 기억에 남은 작품들을 서술하겠다. 강효형 안무가
앙상블 동아리 탈주기 잠이 오지 않는 새벽, 특정 악기 키워드를 넣어서 검색하다가 뜻밖의 공연 포스터를 발견했다. 앙상블 동아리 x회 정기공연. 이 익숙한 느낌! 내가 잠시, 정말 아주 잠시 몸 담았던, 졸업반과 졸업생을 위한 앙상블 동아리였다. 꽤 최근인 재작년까지도 공연을 올린 모양이었다. 창단 멤버였으나 날 기억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확신한다. 내친김에 이전 공연 프로그램도 찾아봤다. 흰 블라우스에 검은 바지를 입은 단원들 사진이 보였다. 단원들 프로필엔 지금까지의 경력과 근황이 담겼다. 문화센터, 학교 방과 후 강사를 비롯해서 여러 앙상블을 겸하는 상태였다. 하나만으로도 벅찬데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니, 감탄만이 나왔다. 앙상블 동아리는 이런 사람이나 해야 되는구나! 앞서 밝히자면, 난 동아리와 상극인 사람이다.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