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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오늘도 #3B8CCF

야외 공연 feat. 코로나 시국

 

다운타운 한 카페 패티오에서 미니 콘서트 형식의 작은 연주회를 개최한다고 연주 섭외가 들어왔다. 녹음이 우거진 한 여름밤, 카페에서 열리는 미니 콘서트. 기분 좋게 오케이를 외쳤고, 이후 장소를 확인하고 나서부터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여기서 연주를 해도 되는 걸까 싶어서 혼자 심란해졌다.

지겹지만 다시 코로나 이야기다. 백신 접종률이 꽤 높은 곳에서 지내고 있고 나 역시 2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그래도 여전히 조심해야 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서로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올해 연주가 다시 시작되고서부터 온라인이나 큰 야외무대에서 주로 연주 해왔던 터라 마스크가 문제가 될 거라고 바로 생각하지 못했다. 큰 야외무대에서 연주를 하는 경우는 관객과도 충분히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무대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많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미니 콘서트가 열린다는 다운타운 카페 위치를 검색하던 중 최근 올라온 사진에 직원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 무대와 관객의 거리도 아주 가까워서 심히 심란했다. 지금까지 답답하더라도 코로나 수칙에 잘 따랐고 최근 1년간 복잡한 식당이나 카페에서 뭘 먹어본 적도 없는데, 일하다가 혹시라도 위험한 경우가 생기면 그동안 잘 지켜온 시간이 너무너무 억울해서 마구 나뒹굴고 싶어질 듯 했다. 연주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과 마주쳐야 하고, 그래서 조심스러운 마음에 레슨도 줄이고 조심하며 지내고 있는데... 아무도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렇게 가까운 거리로 한 장소에 있어야 한다니 갑자기 어떤 공포심 같은 게 확 느껴졌다. 

동시에 무대에서는 왜 마스크를 벗어야만 하는 건가 하는 삐딱함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라이브 음악공연에서만 존재하는 순간성과 그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교감을 생각하면, 무대에서는 꼭 마스크를 벗고 싶은 사람이라 고려해볼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남은 카드. 장대비가 쏟아지길 바라고 또 기다렸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기예보에 비 예보가 분명히 있었으나 희한하게 연주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날이 점점 맑아졌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무탈하게 연주는 잘 끝났다. 무대에 올라가 연주 직전에 마스크를 벗었고 관객 중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왜 그렇게까지 마스크를 꼭꼭 쓰고 있느냐고 소리라도 칠까 봐 연주 시작 전까지 혼자 조마조마 했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내 간은 너무 조막만 하다. 

연주가 다 잘 끝나고 나서야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억수 같은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하늘의 뜻이 그냥 그러했던 날이었나보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완전히 벗고서 전염병에 걸릴지 안 걸릴지 모르는 문제를 도박 게임처럼 하늘의 뜻에 맡기고 싶지는 않은데. 

이유를 막론하고 연주가 있는 거로 감사하고, 공연에 관객이 많은 거로 그저 감사했던 시절이 이젠 지나버린 거 같아 낯설고 또 슬펐다. 순수하게 감사하고 즐거울 수 있는 상황이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집에 돌아오는 내내 무서웠다. 군중 속에 아무 두려움 없이 나갈 수 있는 때가 다시 돌아올까. 그럴 수 있는 때가 앞으로 있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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