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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오늘도 #3B8CCF

온라인 공연 feat. 코로나 시국

보통은 음악을 먼저 녹음해요. 으리으리한 장비와 시설이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는 못하고, 집에서 가장 조용한 방에 혼자 들어가 마이크 하나를 끌어안고 해요. 아주 짧으면 십여 분 만에 끝나는 것도 있어요. 근데 가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한 날이 있거든요. 그런 날은 5분짜리 곡을 몇 시간을 녹음해요. 하다가 좀 틀려서 다시 하고, 시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시 하고, 느낌이 별로여서 다시 하고, 앞부분은 좋았는데 뒷부분이 싫어서 또다시 하고… 다시 하는 이유가 수십번을 해도 계속 나와요. 그런 날은 적당히 하고 내려둬야 해요. 그렇다고 그런 예민한 날 녹음한 곡이 소리가 아주 좋냐면 딱히 그것도 아니거든요. 혼자서 그냥 꼬장을 부리는 거지. 내 손가락과 관절은 소중하니 적당히만 심술부리고 내려둬요. 녹음을 끝내고 다시 들어보면 늘 부족하고 아쉽지만 그래도 혼자 어깨 도닥도닥하며 녹음 파일 하나를 저장해요.

 

이제 비디오를 찍어야 하니 적당한 장소를 찾아봐요. 집안 전체가 다 나올 것도 아닌데 카메라 렌즈에 잘 담길만한 장소 하나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카메라를 이쪽으로 돌리면 너무 집안 살림이 보이고 저쪽으로 돌리면 구도가 이상하고… 어찌어찌 집에 있는 흰 벽 앞에 악기를 가지고 앉아 카메라를 이리저리 맞춰보고, 미리 녹음해둔 음악을 들으며 동영상을 찍어요. 녹음하면서 동시에 동영상을 찍어도 되는데, 그러려면 화면도 나름 예쁘게 나오면서 녹음도 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욕심이 생겨요. 이렇게 찍은 영상은 주로 축제에 보내는데, 축제에서 제 방구석을 공개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거든요...

 

가끔은 밖에 나가서 동영상을 찍기도 해요. 같이 연주하는 친구들과 장소를 정해서 찍기도 하고 혼자서 의상을 입고 한적한 장소를 찾아 영상을 찍기도 해요. 다행히 집 주변에 초록이 가득한 공원이 많아요. 어느 날 점심을 먹다 문득, 오늘 공원에 나가서 동영상을 찍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파박 꽂혔던 날이 있어요. 며칠 날씨가 흐리다 그날 정말 화창했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한복을 골라 입고 악기와 핸드폰을 챙겨 공원으로 갔어요. 다행히 도와줄 친구가 같이 있었거든요. 딱 지금이다, 싶어 녹음도 아직 하지 않은 날이었는데 동영상부터 먼저 찍으러 나갔어요. 야외에서 동영상 촬영과 오디오를 한번에 녹음하려면 정말로 일이 커져요. 바람이나 다른 외부 소리가 들어가지 않도록 마이크도 맞춰 써야 하는데,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동영상만 빨리 찍고 들어왔어요. 그리고 그날 동영상 손에 맞춰 연주 녹음을 했어요. 정말… 동영상을 먼저 찍고 그 손에 맞춰 연주를 한다는 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의 용감함이었어요.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녹음이 끝나긴 했지만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기로 혼자 약속했던 날이에요. 

 

유튜버의 일상 같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물론 유튜버를 꿈꾸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아직 그저 꿈이에요. 코로나 시국으로 많은 축제가 온라인으로 대체 되어서, 라이브로 하던 공연을 동영상으로 찍어 주최 측에 보내야 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간혹 인터뷰를 한다 해도 줌 미팅을 녹화한다던가 스튜디오에 따로 가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라이브 공연이 다시 열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온라인으로 축제를 하는 경우가 좀 더 많네요. 팬데믹에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당연히 라이브를 하던 때가 좀 그립긴 해요. 그리고 라이브 공연을 하던 때 보다 훨씬 잔일이 더 많아진 기분이기도 하고요. 이것도 달라진 일상 중 하나겠죠. 팬데믹 중의 새로운 일상에 다들 어떻게 적응하며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삶은 어쨌거나 계속 흐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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