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라이브 공연이 드디어 열렸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길었던 락다운도 이제 차츰 풀리는 추세다. 아직 제한이 많긴 하지만 얼마 만에 하는 라이브 공연인지! 같은 장소에서 그 전날 하기로 되어 있던 공연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아쉽게 취소되는 바람에 내가 속한 그룹의 공연이 올해 첫 라이브 공연이 되었다. 사운드 체크와 리허설을 할 때 까지도 큰 감흥이 없다가, 공연이 시작되고 사람들의 고마운 박수 소리를 들으면서 다른 연주자들과 무대로 들어서니 문득 가슴이 일렁였다. 락다운 기간 동안 완전히 잊고 있었던, 혹은 주제넘게도 무대에 오를 때 느끼는 그 감정이 익숙해져 버려서 그동안 그냥 지나쳐버렸던, 수많은 설렘이 마치 한 번에 몰아치는 듯 했다. 이놈의 팬데믹은 정말이지 일상의 모든 것들을 모조리 한 번씩 다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소중한 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어떤 여정처럼 느껴진다.
사실 이번에 한 공연은 작년부터 기획되었다가 공식적으로만 두 번 무산됐다.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당연히 취소되고, 공연을 촬영하여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기획을 했지만 연습 바로 전날 전체 락다운이 시작되어 결국 다시 취소됐다. 첫 연습을 같이하기 직전까지도 연주팀의 단체 대화방에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우리 이번에 정말 만나는 거야? 드디어 같이 연습해볼 수 있는 건가?!
그런 와중에 내가 바깥에 나다닐 준비가 되었냐 하면 그건 절대적으로 아니었다. 집에서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끼니도 잘 챙겨 먹고, 심지어 독서도 하면서 갑자기 매우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다고 스스로 착각하던 중이었으나 연습을 딱 하루 다녀오고 나서 그 착각은 그저 나의 순수한 바람이었다는걸 알게 됐다. 다른 일정이 없다 보니 체력과 시간이 남아 조금 더 움직일 수 있었을 뿐, 그동안 유지해오던 일과를 다시 대거 수정해야 한다는 걸 그날 하루 만에 알 수 있었다. 그래,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쉽게 부지런해지지 않지. 사람이 변하지 않지…
어쨌거나 진성 집순이의 질척임을 떨쳐내고 바깥세상 공연을 나오니 작은 일 하나하나가 모두 감동이었다. 맑은 햇살을 받으며 무대 위에서 맞춰보는 음향도 감동이고 오랜만의 공연으로 모든 스태프분들과 연주자들의 들뜬 공기도 감동이고, 또 혹시 모를 일을 방지하기 위해 백스테이지에서 철저히 방역해 주시는 스태프분들도 감동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근 16개월 이후 처음 가지는 라이브 공연에서 연주자나 스태프, 관객 할 것 없이 우리 모두 이 역병의 시기를 어쨌거나 무사히 통과해내고 있다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부류의 범우주적 동질감이 묘하게 마음을 벅차게 했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 모두 자신만의 설 것으로 땅을 딛고 일어나 함께 서로에게 박수 치던 그 순간이 오래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이 락다운이 결국 또 올지, 아니면 이제는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 팬데믹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길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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