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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mence #B5AEF7

여름은 갈라의 계절! 발레축제 및 발레스타즈 감상

 여름은 대힌민국 발레축제와 갈라 공연의 계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2주간의 발레축제 대장정과 갈라 무대가 올라왔다. 모두 챙겨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몇 무대만 골라서 감상했다. 그간 본 공연을 추려서 정리하도록 하겠다.

<이루다 블랙토 디스토피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6/19

잘 찍힌 사진은 아니지만 공연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추가

어두컴컴한 조명, 분주하게 흐르는 전자 시계, 비닐 옷을 입은 출연진. 제목을 몰라도 절로 디스토피아가 연상되는 풍경. 산소호흡기를 낀 무용수, 소모적이고 과도한 일회용품 사용으로 시들고, 쓰레기장에서 병들어가는 지구. 나중에 설명을 읽어보니 느낀 바와 비슷했다. 다소 실험적인 시도였는데 문제 의식이 잘 드러났다. 자연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은 인류의 좌절일까? 처절한 몸부림 뒤, 역시 일회용품으로 몸을 감싼 무용수가 옆으로 지나간다. 마침 통로석에 앉아서 더 박진감 넘쳤다. 무대가 낮고 시선이 가까운 자유소극장 특성상 더 자세히 보였는데 마치 대학로 연극에 온 기분이랄까. 시계가 서서히 멈추며 0을 가리키자 모든 무대 소품이 무너지며 폐허가 된 바닥에 검은 비닐봉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시계는 지구의 시간을 의미하며 경종을 울리는 장치였다. 게다가 관객 참여형 예술이다! 로비에 생수병을 넣는 박스가 있었다. 그 병이 소품으로 쓰인다.

<김용걸 댄스시어터 : 하늘, 바람, 별 그리고 시>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6/19

맑은 하늘 페어 (여성 무용수 의상은 단색 간소한 레오타드, 남성 무용수 의상이 팔랑거리고 색감이 두 가지인 게 마음에 드는 포인트)
산들산들한 바람 페어 (의상이 바람처럼 계속 휘날리는 게 멋졌음)
묵직한 울림을 보여준 별 페어 (유난히 사진 찍을 타이밍을 놓쳐서 아쉬웠음)
드라마를 보여준 시 페어 (정중앙 앞인 내 위치에서 너무 왼쪽이라 건진 사진이 역시 얼마 없음)


 
하늘 : 박선미 이승현 
표제처럼 하늘색 의상. 자신만만하게 쭉 뻗는 박선미의 라인이 경이롭다. 왜 발레가 천상을 동경하는 예술인지 느껴지는 동작이었다. 하늘로 향해 온몸을 뻗고 솟아오르는 표현과 행복감 넘치는 표정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바를 가져와서 따로, 또 같이 춤을 추는데 이승현은 가볍게 리프트하며 역시 하늘에 닿을 듯한 동작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청량한 춤.
바람 : 최목린 임재운
국악풍의 음악과 함께 그러데이션 의상을 휘날리며 나온다. 퓨전스러운 인상을 준다. 바람 소리와 함께 의상도 휘날리고 팔다리도 팔랑팔랑하며 움직인다. 당장이라도 날아갈 듯 가볍고 또 때로는 격렬하게 휘몰아치며 바람의 흐름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별 : 김민경 이은수
별이 된 이들을 그리며. 뉴스 보도가 깔린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안무. 검은 옷을 입고 유영하듯 춤춘다. 유난히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숨을 몰아쉬던 생명들이 찬란할 삶을 빼앗겼다. 호소하듯 구르고 손을 뻗지만 닿지 않는다. 물에 젖은 듯 무거운 몸이 허우적대다가 고통 속에서 숨이 넘어간다. 다시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시 : 김민영 이준수
고풍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단절하듯 뒤돌아 있다. 호소하고 구애하는 남성을 외면하며 가슴을 부여잡고 허공을 보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는다. 서로 갈망하지만, 엇갈린 사랑의 정서. 음악이 고조될수록 거부하듯 다리를 차올린다. 응시하다가 멀어지고, 돌아보다가 손을 쳐내고, 힘겹게 떼어낸다. 끝난 관계를 암시하듯 음이 멎은 상태로 걸음을 내딛는다. 감정이 흘러가며 서사를 쌓는다. 몸을 시어로, 안타까운 시를 써내려간 느낌. 몸짓이 모여서 행으로, 연기가 포개지면서 풍성한 연으로 구성된 한 편의 시.

- 윤동주 시인의 시 제목을 모티브로 인간의 삶을 다채로운 몸동작으로 보여주는 하모니! 다만, 피아노 음악 선곡이 다소 비슷한 게 아쉽다. Eyes Shut의 쇼팽 녹턴 13번 Op48-1이 연이어 나오는데 멜로디가 겹친다. 아이컨택이 가능할 만큼 가까운 곳에서 평소 호감 가졌던 무용수들의 춤을 봐서 좋았다. 전반적으로 친숙하고 쉬운 안무다.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폐셜 갈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6/25
 
발레축제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다양한 춤을 볼 수 있을까 싶은 공연이었다. 전형적인 클래식 발레부터 현대무용과 또 새로운 춤 개척까지! 이번엔 비슷한 장르로 묶어서 리뷰하겠다.


오프닝은 친근한 클래식 발레 박선미 이상민 페어의 돈키호테인데 들뜬 결혼식의 면모를 보여줬다. 앳되고 개구진 인상의 바질, 천연덕스럽고 흥이 많은 키트리. 부채를 펼쳤다 접으며 회전하는 박선미의 기교가 눈에 띈다. 갑작스러운 캐스팅 변경에도 고른 기량과 기쁜 에너지가 뿜어나왔다. 이후 공연이 다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이 돈키호테만으로 볼 가치가 충분했단 생각이 들 만큼 만족도가 높았다.

낭만적이고 애틋한 지젤, 최유정 김석주 페어는 완성도 높은 호흡을 보여줬다. 등장하자마자 파란 숲의 새벽을 그려낸다. 쉴 틈 없이 쭉 등장하는 구성이라 분위기를 확 바꾸기 쉽지 않은데. 상대방을 살펴가며 그리움을 표현했다. 꽃을 후두둑 떨어뜨리며 후회의 정서가 짙게 깔린다. 

청소년 영스타의 풋풋한 솔로도 볼거리다. 김민주의 잠에서 깬 플로라는 꽃 헤어피스가 앙증맞았다. 팔을 굴리면서 나와서 통통 튀는 동작을 잘 소화했다. 꽃의 여신답게 화사하다! 연속으로 전민철 그랑파 클래식. 새파란 의상이 잘 어울린다. 최근 들어 훅 발전한 게 보인다. 라인이 훨씬 길어지고 힘도 늘고 턴에 안정감이 생겼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기품 있는 동작을 수행했다. 

피날레도 역시 클래식. 국립발레단 김기완 조연재 박종석의 해적. 주거니 받거니 움직이고 서로 다른 춤이 이어진다. 김기완의 해사한 미소와 높은 점프, 눈웃음치며 깨끗한 동작을 보여준 조연재의 합이 좋았다. 전막에서는 콘라드와 메도라로 봤는데 갈라에서는 알리!

창작으로는 이지영의 겨울여행이 마음에 들었다.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를 배경으로 외로움의 정서가 묻어나오고 방랑자라는 설정답게 고독이 느껴진다. 땅으로 묵직하게 들어가려는 것 같다. 간결한 컨템이다. 이충훈의 Soul of the hood는 뉴욕의 정서를 담은 춤을 체험하는 재미. 흑인 위주 발레단이고 흑인 안무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유니버설발레단 손유희 이현준 미리내길은 국악과 발레의 조합이었다. 한복풍 의상이 휘날린다. 호흡을 타면서 애틋한 표현을 보여줬다. 한 사람의 호흡인 양 서포트가 자연스러웠다. YOOMIQUE Dance 틈. 평소 좋아하는 무용수들을 한 군데서 본 자체로 수확이었다. ABT 스튜디오 서윤정, UBC 리앙 시후아이, 또 발레리노로는 최초로 좋아했던 이승현(위에 언급한 무용수와 동명이인)까지 한 무대에서 움직이다니. 툇마루 무용단 박영상의 에너지도 좋다. 여러 개성의 무용수들 조화가 감각적인 무대.

이 갈라의 문제작은 양종예의 봄의 제전이다. 온몸에 금칠을 하고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부토라는 일본 장르는 처음이었는데 독특했다. 부채를 얼굴에 붙이고 나온다거나, 발을 꼬거나 몸을 조용히 움직이고 무릎을 구부리는 등 일반적인 발레나 현대무용과는 또 다른, 정적이면서 기이한 동작을 구사한다. 넓은 금색 제단 위에 올라가서 육체의 미학을 철학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 사태로 갑작스러운 출연진 변경도 있었고 예년에 비해 초청이 어려워서인지 축소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짜임새 있는 구성을 만들고자 노력한 게 보인다.

대망의 폐막 공연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6/30

앞으로의 기대치를 높인 와이즈발레단! 다음에 공연 있으면 보러 갈 예정. 민간발레단을 살리자!
한예종 재학생 및 졸업생들로 이뤄진 조주현 댄스 컴퍼니. 아는 얼굴 찾는 재미.
클래식은 괜히 클래식이 아님. 지금까지 남은 이유가 있다. 광주시립발레단 레이몬다. 가장 기대작이었다.



<와이즈발레단 : 유토피아>

-막을 다리 정도만 보이게 올려놓고 기대감을 고조시키다가 무대를 드러낸다. 클래시컬한 춤, 끈적한 춤, 자유분방한 춤이 이어진다. 갑자기 천장에서 옷걸이에 매달린 옷이 내려오고, 조명이 어두워지면 옷을 갈아입는다. 국악풍 음악에 맞춰서 움직이다가, 그야말로 잔치를 벌이듯이 무대장치에서 춤을 춘다. 처음 보는 창작 안무라 박수 칠 타이밍을 고민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THE END가 떴다. 변화무쌍한 안무였다. 이번 발레축제엔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가 다 나온 게 흥미롭다.

<조주현 댄스컴퍼니 : D-HOLIC>

-평소 눈여겨보던 무용수가 많아서 기대했던 작품이다. 세상에! 토월극장에 클럽 스테이지를 소환하다니. 열정적인 빨간 의상을 입고 번쩍거리는 조명에 맞춰서 신에 들린 듯이 춤춘다. 발레를 크게 보면 춤이라는 분야 안에 들어가지만, 발레를 잘 표현하는 무대가 있고 더 나아가서 춤 자체를 보여주는 무대가 있다. 이 공연은 후자였다. 나중엔 머리 풀어헤치고 무대 앞으로 나오면서 역동적으로 몸을 흔들기까지! 젊은 에너지가 물씬 풍기고 활력 넘쳤다.

<광주시립발레단 레이몬다 결혼식 피로연>

흔히 볼 수 없기에 가장 기대했던 작품. 아름다운 커튼과 조명이 내려오고 반짝거리는 의상을 입은 무용수 8명이 무대를 가득 메운다. 앞의 두 작품과 달리 딱 전형적인 클래식의 정점을 보여준다. 정제된 동작을 동시에 행하는 군무의 대칭미. 이윽고 주역 페어인 레이몬다와 장 드 브리안이 풍부한 춤을 춘다. 군무는 양쪽 대칭을 이룬다. 뛰어가서 파트너를 바꾸며 또 데칼코마니 모양! 중앙에선 강은혜 이기행의 우아한 파드되! 이런 규칙성이 바로 클래식의 미학이다. 친구 역할 강민지의 헝가리풍 팔 동작과 활기찬 점프도 눈에 띈다. 일렬로 서서 한 명씩 동작을 보여주는 4인무, 위엄과 기품이 넘치는 주역 바리에이션, 민첩한 음악에 맞춘 다이내믹한 코다! 다 함께 동일한 발놀림으로 춤이 끝난다. 전막을 보고 싶어지는 무대였다. 정제된 클래식으로 발레축제의 막이 내렸다.

새삼 훌륭한 무용수들이 많다고 느꼈다. 개성 넘치는 안무가 역시 많이 나오길 바란다. 무용수의 기량에만 의존하기보단 작품 자체가 빛나는 창작이 늘어났으면 한다. 한국 발레 발전의 미래는 최태지 예술감독이 이끄는 광주시립발레단에 달렸다. 이번에는 양대 메이저 발레단 공연을 패스했는데 후회가 없었다.

이번 포스터는 유난히 더 아름답고 청량하게 뽑혔다. 국립발레단 정은지 무용수!



<줄리아 발레 아카데미 발레축제> 유니버설아트센터 7/4

귀여운 꿈나무들의 발레 발표회.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지금껏 배운 기량을 뽐낸다. 아무래도 아직은 개인 편차가 보인다. 작품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짠 선생님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노린 건 선화예고 학생이나 발레단원 찬조 출연인데 평소 호감인 무용수가 나왔다.

https://youtu.be/asax3kltOWk

레이몬다! 촬영이 가능한 공연이라서 폰으로나마 찍어봤다.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리앙 시후아이. 파트너 고등부 신지혜. 단돈 1500원에 프로 무용수라니, 귀중한 경험이다. 1부 마지막 순서라 학생 참가자의 보호자들이 거의 나가서 독차지하듯 봤다.

ttps://youtu.be/TUOFscPILbk

사타넬라 또는 베니스 카니발. 역시 리앙 시후아이. 파트너는 대학 4학년 정승아. 처음에 마치 스프링을 밟은 듯 튀어오르는데 깜짝 놀라서 못 찍은 게 아쉽다.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역시 조용한 분위기에서 감상했다.

<발레스타즈> 경기아트센터 7/14

벅차오르는 데필레로 시작. 출연진이 쭉 등장하면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이 한 팀씩 비춰준다. 준비를 많이 했다는 인상이다. 로비도 웬만한 정기공연 못잖게 꾸며놨다. 프로필 사진과 작품 설명은 관객에게 큰 도움을 줄 요소다. 전막으로 공연되지 않는 작품은 전체 줄거리 또는 그 장면을 설명해주면 이해가 쉽다. 프로그램북은 무료, 무용수 사진이 담긴 엽서까지 제공된다. 섬세하게 공들인 흔적이 보인다.

해적 - 갈라 전용 메도라 알리 파드되라 더 마음에 들었다. 국립발레단 재개정 정기공연과 다르게 쨍한 의상이 화려하다! 알리도 상체를 드러낸다. 정중하게 충성심을 맹세하는 하지석과 손끝부터 반짝거리는 박예은. 바닥이 미끄러워 보였는데도 가열찬 턴을 보여준 박예은에게 감탄했다.

파키타 - 그랑파 전체가 아니라 파드되인데도 옆쪽에 스페인풍 군무가 펼쳐지는 양 풍성한 동작이었다. 김민정의 리드 바리에이션에 감탄. 집시였던 과거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준비를 하는 듯 희망적인 폴드브라가 눈에 띈다. 김민정 김석주 페어는 차분하고 신중했다.

사타넬라 - 웨이브 머리로 세팅한 허서명이 화사한 미소로 포르르 뛰어오르는데 내가 이 모습을 보려고 수원까지 왔구나 생각했다. 이 작품은 음악이 전체적으로 연결감 있는데 선율을 잘 탄다. 가면이 벗겨지자 살짝 눈이 부신 듯 깜빡이다가 깜찍한 표정을 짓는 신승원의 연기도 색채감 넘쳤다. 할리퀸아드로도 보고 싶은 상큼한 페어.

백조의 호수 - 아예 속일 맘이 없는 듯한 박선미의 흑조. 바로 직진해서 작업에 들어간다. 도발적인 눈빛으로 유혹! 이승현은 홀린 듯한 혼미한 표정이 압권. 긴가민가 고민할 때 틈을 주지 않고 끌어당기는 오딜. 어림없다는 표정으로 슥 밀어내고 다시 또 다가온다! 집어삼키듯이 돌면서 마수에 빠뜨린다. 홀려버려서 오데트인지 아닌지 중요치 않게 된 왕자. 순간 전막이 그려졌다.

에스메랄다 - 학생 때부터 호흡을 맞춘 페어라서 잘 어우러진다. 맵시 넘치는 팔과 경쾌한 발놀림! 다소 오만한 박소연의 표정에 눈길이 갔다. 리프트한 상태로 환희에 젖은 표정을 짓고 팔을 움직일 때 자유를 갈망하는 집시의 혼이 느껴졌다. 윤별의 턴은 갈수록 새로워진다. 박소연은 성격을 살리며 개성도 부여했다. 탬버린 차는 부분이 리드미컬하다. 낮게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높아진다. 탬버린을 치며 등장하고 뒷발로 또 차는 파워풀한 코다까지, 볼거리가 충만했다.

코팍 댄스 - 유일한 독무 엄진솔. 세상에! 어마어마한 탄력! 짧고 굵게 무대 찢는 존재감! 마치 고무공마냥 뛰어오르는데 천장 샹들리에까지 닿는 줄 알았다! 힘껏 뛰어오르며 빠른 움직임으로 흥겨운 민속춤을 살렸다. 객석까지 희열이 전해진다! 이 충만한 에너지를 어찌 하리오. 국립발레단에 입단했을 때 기대했는데, 큰 역할이 돌아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이만한 끼를 갖춘 무용수는 활용해야 하는 게 아닐까? 왜 공중부양 점프 장인을 황금신상에 쓰지 않았지?

탈리스만 - 살랑살랑 다가오는 님프. 넘어가지 않으려고 단호한 표정으로 입을 앙다문 바람의 신. 찰랑찰랑한 샘물처럼 흘러넘치는 님프의 매력! 대조적인 음악을 살리면서 표현했다! 이소정은 부드러운 동작으로 매력을 뿜어낸다. 바람의 신답게 거센 바람을 불러일으키듯 커다란 이상민의 동작이 산들바람처럼 변하고 표정이 풀린다. 의지 굳건하고 냉정해 보였던 신이 무장해제되는 과정이 설득력 있었다.

스파르타쿠스 - 이 갈라에서 제일 비극적인 장면. 김리회가 3분쯤 애절한 몸짓의 독무를 춘다. 무대에서 보는 건 오랜만인데 드라마틱한 연기력이 돋보인다. 어두운 조명에 창백한 얼굴이 반사되며 프리기아의 절절한 감정이 다가왔다. 고난도 리프트에서도 엄청난 코어로 몸을 지탱했다. 다만 이 작품이 다소 고요하고 엄숙해서 관객들이 박수 칠 타이밍 찾기를 어려워하는 게 흠이었다.

https://youtu.be/ZsZ0gOuBvyE

커튼콜 땐 파키타와 돈키호테 코다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며 다시 분위기를 띄운다. 동일한 테크닉도 무용수마다 또 개성이 다른 게 흥미롭다. 클래식 발레 위주인데도 돈키호테, 지젤, 백조 아다지오 등 흔히 나오는 작품이 없어서 신선했으며 해외 진출한 스타들을 봐서 반가웠다.

이렇게 6월과 7월의 발레 공연 감상을 마무리했다. 인터미션 없이 열정을 쏟아내는 공연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중간에 취소된 공연이 없어서 다행이다. 이 기세를 몰아서 하반기에도 안전한 공연이 이어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