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정말 오래 살고 볼 일 인 게, 팬데믹이라 계속 집에만 있어서인지 뭔지 요즘 스스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획기적인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전이라고 물론 운동을 시도해 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집 근처에 있는 시설 좋은 대형 피트니스 센터가 망할까 봐 굳이 꼬박꼬박 회비를 내고는 혹시 망하지 않았나 확인차 가끔 들르곤 했었다. 나처럼 걱정해주는 회원이 많은 덕에 늘 쾌적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한 번씩 들려 마치 시설 점검자처럼 이 운동 기계, 저 운동 기계를 전전하며 몇 번 조작을 해보곤 내일 꼭 점검하러 또 와야지 생각하고 다시 기부금처럼 다음 달 회비를 내곤 했다. 생각해보면 요즘처럼 어려울 때 했어야 하는 비고의적 선행이었다.
아주 예전에는 우연히 요가에 취미가 붙어 꽤 길게 핫요가 센터를 다닌 적도 있다. 장장 3개월에 걸쳐 아주 장기간 가져본 운동 취미였다. 매우 긴 시간이라 할 수 있는(…) 3개월쯤에는, 요가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무런 잡생각 없이 스스로의 호흡에만 집중하고 있는 나를 문득 발견했다. 와, 이렇게나 집중이 가능한 사람이었다니. 진심으로 마음이 뿌듯해졌다. 그리고는 다시 가지는 못했다. 그즈음 주거지를 옮겼는데, 괜찮은 주변 요가원을 찾지 못했고 어떤 때는 삶이 너무 바쁜 것 같다는 이유로 결국 몇 년이나 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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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고도 몇 번 주변 요가원을 시도해 봤지만 정착할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여기선 보통 처음 등록하려는 사람에게 비교적 싼 가격으로 한 달이나 이 주 정도 다닐 수 있는 ‘trial class’를 제공하는데, 어느 요가원을 가봐도 트라이얼이 끝난 후 더 다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문화 차이(?)가 조금 있어서 인 듯 하지만, 그때는 빠른 호흡으로 진행되는 요가 수업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물 흐르듯 움직이면서도 고요한, 딱 한 번 경험해본 그 ‘호흡에 오롯이 집중하는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 헤맸지만, 그때는 모두 진행이 너무 빨라서 요가보다도 체조 수업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러다 팬데믹 전에 우연히 그루폰에서 온라인 요가 수업 웹사이트 이용 쿠폰을 발견했다. 이것도 결국엔 기부금이 될 거라고 생각해도 5불에 무려 일 년 이용권이면 나쁘지 않겠다 싶어 선뜻 결제를 했고, 이 가벼웠던 5불 결제는 올해 초에 1년 회원권 자동 결제 구독으로 30불 결제가 되어 돌아왔다. 뒤늦게 부랴부랴 자동 결제를 취소하고 구독도 취소하려는 찰나, 어차피 요즘 같은 팬데믹에 아무 데도 못 나가는데… 싶어 일단 그냥 둬봤다. 그보다 더한 금액도 체육계 발전을 위한 기부금으로 얼마나 많이 던져 왔던가.
다행스러운 것은 그 일이 시발점이 되어 운동 달력에 매일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는 거다. 몸이 안 좋은 날에는 가볍게 스트레칭만 하기도 하고, 컨디션이 괜찮고 ‘삘’도 받는 날에는 땀까지 뻘뻘 흘리며 몸을 움직이고는 운동 후에 찾아온다는 활기를 잠깐, 약간 느껴보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악기 앞으로 몸을 끌어다 놓을 힘이 생기기도 하고, 운동처럼 혹시 우연한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연습에도 폭발적(이지는 못해도 꾸준할 수라도 있는) 성장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기도 한다.
반전 없는 인생임을 알면서도 약간은 기대에 차오른 걸 보니 아직 1월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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