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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오늘도 #3B8C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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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가 끝났다. 내 뒤풀이는 어디에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잘 모르겠고 그냥 한국에서 출국하는 날, 인천공항에 악기를 가져가 포장을 맡겼다. 근무하시던 분은 이런 악기쯤 일도 아닌 듯 에어캡 한 뭉치와 박스로 익숙하게 포장해 주셨다. 최대한 간단하게 챙기자고 생각했는데도 예상보다 짐이 많았다. 사람 하나 대충 사는데 대체 왜 이렇게나 많은 짐이 필요한 건지. 박스로 무장해서 내 키만 해진 악기와 이민 가방까지 들고 다니려니 판소리 전공할 걸 하는 소리가 턱까지 올라왔다. 어려운 소리길을 가는 판소리 전공 친구를 옆에서 그렇게 많이 지켜봐 왔는데도, 악기가 무겁고 내 몸 하나 힘들면 그런 말이 서슴지 않고 툭툭 나온다. 장시간 비행 끝에 캐나다에 도착해서 공항 카트에 이민 가방과 악기 박스, 배낭과 다른 자잘한 짐을 올려두고 내 몸까지 힘겹게 끌고 있으니 검색대 직원도 좀 짠했던 ..
풀타임 뮤지션 리허설에서 오랜만에 만난 기타 연주자와 서로 반가워하며 한참이나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동안 어디서 어떤 연주를 하고 다녔는지, 요즘은 무슨 재미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 서로 신나게 떠들다가 문득 친구가 내게 물었다. “그럼 꽤 바쁘겠는데, 너 요즘도 다른 일 해? 아니면 풀타임 뮤지션이야?” 풀타임 뮤지션. 그 단어가 왠지 어딘가 탐나서 순간 대답을 못 하고 어물거렸다. 정직원 음악가라니, 무슨 하루 여덟시간 정기적으로 음악을 하곤 연장 근무 시 오버 페이까지 받아야 하는 말 같잖아. 나로서는 그때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악기 연주 같은걸 무슨 근무로 치는 건가 생각했다. 스케줄러에도 매일의 일상을 세세히 기록하는 편이 아니어서, 스케줄 착오를 피하고자 적어둔 공연 일정 외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