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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mence #B5AEF7

로잔 발레 콩쿠르 정리 : 인상을 남긴 한국인 참가자들

 청소년만을 위한 발레 콩쿠르, 프리 드 로잔은 영스타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인들이 활약한 국제 콩쿠르는 매우 다양하지만, 로잔이 가장 유명하다.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개별적인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기에 접근성이 좋다. 발레 소재 만화책에 단골로 등장해서 익숙하기도 하다. 로잔 콩쿠르는 2월에 개최되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영상 심사로 대체됐다. 각자 보낸 영상을 코멘터리하는 방식이라 심사위원들도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작품은 세미파이널과 파이널이 동일해서 역대급으로 집중력 떨어지는 로잔이었다. 현장감 없는 2D 발레라니! 그래도 세계의 주니어에게 장학금과 유학 기회를 주는 대회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진행하는 게 맞다고 결정했으리라. 시간예술인 발레를 개개인이 찍으면 촬영 기술과 각도와 배경에 따라 질이 달라져서 형평성이 어긋나지 않을까 다소 걱정되기도 했다.  

영상 심사를 살펴보자니 환경이 고르지 않아서 정신이 없고 기존의 파란 배경 로잔이 그리워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즐겁게 신년 갈라를 보고 와서 실시간 로잔을 감상했기에 더 안타까웠다. 그래서 로잔 콩쿠르에서 인상을 남긴 참가자들을 정리하며 추억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범위가 과하게 넓어지기에, 한국인 참가자로 한정지었다. 꼭 파이널리스트가 아니라도 마음에 남은 참가자들을 골랐다. 상을 탔어도 언급하지 않을 수 있다. 2000년대 로잔도 좋아했으나 그 시절 자료는 구하기 힘들고 너무 저화질이기에 개인 영상을 찾기 용이한 최근 참가자 위주로 정리하겠다.

youtu.be/tWcR9aRsoaQ

2015년 로잔 파이널리스트 이가영 - 돈키호테 중 드라이어드 퀸

내 마음 속 1위 드라이어드 퀸 이가영 참가자! 숲의 요정 또는 숲의 여왕이라고도 부른다. 위풍당당한 저 포스를 보라. 발란스 감각이 많이 필요해서 말끔하게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처음부터 성큼 이동해서 데벨로페로 다리를 쭉 펴는 시원시원함. 꿈 장면이기에 서정적인 신비로움과 함께 중력이 없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과감한 점프, 위엄 넘치는 표정과 단호한 팔 움직임, 카리스마와 인자함을 적절히 안배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자신만만한 시선을 보여주며 마무리하는 이탈리안 훼떼까지, 모든 동작이 대범하다. 중학교 땐 키만 크고 힘이 떨어지는 편이었다는데 고등학교 때 기본기를 열심히 단련하며 부쩍 성장해 선화예고 졸업하자마자 입단이 예정됐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유니버설발레단 드미 솔리스트로 활약 중이다. 큰 백조, 라일락 요정이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주역 못잖게 존재감 넘치는 프로 무용수의 주니어 시절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영상.

youtu.be/MJhHZ2lqk9g

2016년 로잔 파이널리스트 및 기대주상 수상자 김단비 - 라 바야데르 쉐이드

루돌프 누레예프 재단에서 뽑은 기대주상 (Prix Jeune Espoir) 수상자 김단비 참가자다. 이 쉐이드 바리에이션은 로잔 단골인데, 2000년대 후반부터 많은 주니어가 선택했다. 이 역시 무시무시한 발란스 감각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라 바야데르 3막의 망령들의 왕국에 나오는 3인무의 마지막 솔로다. 언뜻 보기엔 큰 점프나 몇 바퀴 휘리릭 도는 턴이 없어서 수수하고 밋밋한 느낌일 수 있다. 김단비 참가자처럼 깨끗하고 안정감 넘치게 소화하려면 어마어마한 코어가 필요하다. 게다가 망령이란 설정이기에 표정 연기를 마음껏 보여주기도 어렵다. 주로 차가운 무표정을 짓는데, 자칫하면 뚱하게 보이기 십상이다. 처음부터 살짝 미소를 띠면서 등장해서 조금씩 웃는 게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1번 솔로가 더 궁금하다. 팔랑거리는 베일 효과도 한 몫! 현재 미국 휴스턴 발레단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youtu.be/nsZe6zNm5VQ

2017년 로잔 파이널리스크 이선민 - 컨템포러리 Nocturn

이번에는 컨템포러리! 로잔은 클래식 작품만 중요한 게 아니다. 컨템퍼러리의 비중도 높다. 국내 발레단은 거의 클래식 위주지만 해외 발레단은 컨템퍼러리 역시 자주 공연되기에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면서 개성을 표출하는 무용수를 선호한다. 이선민 참가자는 바로 전에 튀는 참가자가 나와서 큰 박수와 환호를 받는 바람에 열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등장해야 했다. 많이 긴장하고 당황했을 텐데도 차분한 음악에 맞춰서 마음을 가라앉히며 쇼팽의 피아노 선율에 녹아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순서에 운이 따르지 못했으나, 애절한 멜로디에 감정을 몰입하고 표현하려는 몸짓이 기억에 남는다. 녹턴 음악은 클래시컬하고 포인트 슈즈를 신고 춤을 춰서 컨템퍼러리가 난해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받아들이기 쉬울 듯하다. 2020년 기준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소속으로 확인된다.

youtu.be/BQ6jmg9I-ls

2017년 로잔 파이널리스트 권지민 - 컨템포러리 Cinderella story

이번에도 컨템포러리! 클래식이었던 키트리 바리에이션의 세련된 턴도 기억에 남지만, 신데렐라 스토리의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이 영상으로 가져왔다. 마치 심술궂은 언니를 연기하는 느낌이다. 주로 환상과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클래식 발레와 달리 컨템포러리는 안무에서 좀 더 인간적이며 다양한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마구 표출하면서 강렬하게 쿵쿵 뛰어다니는 에너지가 눈길이 가는 참가자였다. 이 작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컨템퍼러리다. 현재 근황은 잘 모르겠지만, 좋은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youtu.be/vD1djSkkcg0

2017년 로잔 세미파이널리스트 조은수 - 나폴리 

주니어 조은수 참가자! 아쉽게 파이널에 올라가지는 못했으나 드문 작품을 명랑하게 소화한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부르농빌 안무의 민중 발레인데, 자주 공연되지 않는다. 소화하기 까다로워서 콩쿠르에서도 거의 못 봤다! 이렇게 독특한 작품을 선택하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장점이 있다. 산뜻한 코랄핑크 타이를 걸치고 당시 나이에 어울리도록 생동감 있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 2019년에도 파키타로 다시 출전했었는데 나폴리 쪽이 더 취향이다. 아직도 어린 나이인 만큼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youtu.be/1I76VgeYJ-A

2017년 로잔 파이널리스트 및 8위 수상자 임선우 - wrong not Rag

코믹한 컨템퍼러리 작품이 정말 잘 어울렸던 임선우 참가자! 특유의 해맑은 미소와 싱그러운 소년미로 작품의 개성을 부여했다. 풋풋한 모습에 어울리는 안무다. 클래식은 지젤 중 알브레히트를 골랐고 그 역시 아련한 눈빛을 보이며 절절하게 잘 표현했으나 컨템퍼러리가 더 개성을 드러내기 유리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개구쟁이처럼 밝은 표정을 잘 지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유머러스한 표현력과 활력이 눈에 띈다. 이미 예전부터 너무 유명한 분이라 넣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 컨템퍼러리가 눈에 밟혀서 추가한다. 환한 에너지가 돋보이는 무대였다! 현재 유니버설 발레단 드미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youtu.be/FW_pOnOFmoI

2018년 로잔 파이널리스트 및 2위 수상자 박한나 - 라 바야데르 쉐이드

당시 최연소 수상자 박한나. 라 바야데르 쉐이드. 썸네일부터 딱 부러진다. 너무 많이 본 바리에이션이라 웬만하면 눈에 안 띄는데 박한나 참가자의 쉐이드는 등장부터 남달랐다. 가볍고 흐트러짐 없는 망령의 모습을 어린 나이에 훌륭하게 소화했다. 우선 라인이 참 아름답다. 살랑살랑한 음악을 섬세하게 타는 팔 동작과 정교한 발놀림이 감탄만 나온다. 허무한 표정으로 공기 속으로 잦아들 듯한 망령의 모습을 주니어 나이가 믿기지 않는 테크닉으로 완성해냈다. 게다가 저 예술적인 발등 아치를 보라! 레전드다! 로잔을 계기로 영국 로열 발레 스쿨 졸업 후 로열 발레단에 정식 입단했다. 연기력을 중요시하는 발레단이니 표현이 성숙해지길 기대한다.

youtu.be/0A8pqVlW214

2018년 로잔 세미파이널리스트 서윤정 - 컨템포러리 A Solo for Diego

이 컨템포러리 작품은 주로 Boy 그룹에서 많이 선택한다. Girl 그룹에서 고르면 괜히 더 눈여겨보게 되는 안무다. 젠더 뉴트럴한 안무를 근사하게 소화해서 더 눈에 띈 서윤정 참가자의 영상. 바지를 입고 넥타이를 매달고 긴 머리를 시크하게 묶은 한국인 주니어라니! 게다가 앳된 얼굴로 당찬 표정을 지어가면서 표현한다. 어찌 안 좋아할 수 있을까! 끈적끈적한 음악에 맞춰서 거침없게 움직이면서 끼를 발산한다. 일상적인 동작 속에서도 아주 올바른 포지션이 눈에 띈다. 기본기가 잘 잡힌 참가자라는 인상. 마지막의 기운찬 목소리와 씩씩한 눈빛도 호감 포인트! 서윤정 참가자는 2019년에도 역시 올 젠더 선택 가능한 컨템포러리 안무를 골랐다. 취향인 걸까!

youtu.be/Vbw4m9jfCC8

2019년 로잔 파이널리스트 서윤정 - 라 바야데르 감자티

시니어 연령이 된 서윤정 참가자는 로잔에 다시 도전해서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한결 정돈된 모습이다. 시니어는 클래식 작품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게 장점이다. 라 바야데르 2막의 감자티 결혼식 장면의 바리에이션인데, 도도하면서 다소 교활한 공주 캐릭터를 매혹적으로 소화했다. 전년도의 해적 오달리스크 2번도 활기차게 소화했으나 기품 넘치는 감자티가 훨씬 잘 어울린다. 높은 신분답게 누구보다 고귀하고 강인한 면모도 느껴진다. 고상하고 의연하게 보여줘서 잔상이 오래 남았다. 체력 손실이 많은 연속 그랑 쥬떼가 기운차고 시원시원해서 눈길이 갔다. 매끄럽고 세련된 동작 연결도 돋보인다. 권력을 과시하며 환희에 찬 공주의 결혼식을 멋들어지게 그려냈다. 다 유혹할 기세로 쳐다보는 시선 처리도 훌륭하다. 로잔은 상보다 scholarship(스칼라십/장학금)이 들어오는 게 중요한 법. 로잔을 계기로 ABT 스튜디오 컴퍼니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중이다. 최근 공개된 스트리밍 영상에서도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youtu.be/n5uQ9ZBrQy4

2019년 로잔 파이널리스트 및 관객 인기상 수상자 최지현 - 파키타 파드트루아

이 영상 올리고 싶어서 글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니어는 선택의 폭이 좁은 편이다. 리스트에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솔로가 거의 없고, 조역이나 단역이라 해석도 애매하다. 그래서 거의 비슷한 작품에 몰린다. 파키타 파드트루아도 그중 하나인데, 이미 이 작품에 감흥이 떨어진 상태였다. 근데 최지현 참가자는 상큼해서 바로 눈에 띄더라. 바 센터에서도 남다른 아우라가 보였다. 저 똘망한 표정을 보라! 대여 의상이라던데 포인트 살려서 잘 골랐다. 작게 심호흡한 뒤 자신감 충전하고 나간다. 첫 동작부터 절도가 넘친다. 스몰 점프 딱 떨어지게, 허벅지 높게 차올리기! 턱 들고 손 터억 짚으면서 당당하게. 발 놓는 위치 야무지고, 턴 마무리 말끔하다. 바닥을 딱 치면서 활기찬 표정을 보인다. 도도하게 턱 올려들고 스텝을 이어가며 시선을 집중시킨다. 마지막의 유려한 턴과 대범한 포즈까지! 짧은 음악 안에 점프, 발란스, 턴, 왈츠 스텝도 잠시 지나가면서 자잘한 동작이 많은데 진탕 고생하는 것에 비해서 임팩트 넘치기 힘들다. 이 작품으로 이렇게 맘에 든 참가자 처음이다!!! 시간을 잘 분배하며 캐릭터적인 면모도 잘 살렸다. 스페인 정취 물씬, 축제 분위기!

youtu.be/KH8wsFAPvwY

2019년 로잔 파이널리스트 및 관객 인기상 수상자 최지현 - swan lake

이 안무는 따로 받아왔다고 해도 믿어질 만큼 잘 맞는다! 뛰어나올 때 발랄한 에너지, 유연한 어깨 움직임, 익살스러운 표정,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가볍고 유머러스한 동작.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에 코믹한 몸짓, 손가락까지 생동감 넘친다. 마지막 얼빠진 표정도 깜찍! 주니어 연령과 아담한 몸에 딱 어울리는 작품을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고 싱그럽다! 원곡은 백조의 호수 흑조 아다지오인데, 어쩌다가 이런 코미디가 나왔지? 천방지축 꼬마가 방방 뛰어노는 느낌. 단순히 순서 익히기에만 급급했으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연기다. 이만한 해피 에너지 뿜는 참가자 잘 없다. 2019년에 처음 추가된 안무라 참고할 게 샘플 영상밖에 없을 때 색채를 잘 넣어서 본인 춤으로 만들었다. 춤이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최고다. 내 눈에만 사랑스러운 게 아니었는지 관객 인기상 (web audience favourite)을 탔다. 나도 투표했다! 원래 대학원을 나와서 후학을 양성할 예정이었는데 학교 공연을 본 관객이 춤을 칭찬한 걸 계기로 방향을 틀어서 무용수의 진로를 결정했다고. 최고다! 로잔도 경연보단 공연에 가까운 무대를 보여줬다. 드림 컴퍼니였던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trainee로 활동한다. 

youtu.be/dnBJNlN-73Q

2019년 로잔 세미파이널리스트 임서린 -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파랑새

개인적으로 최근엔 2019년이 가장 재미있었다. 눈에 띄었던 몇몇 때문일까. 아쉬운 마음에 한 사람을 더 추가한다. 임서린 참가자의 잠미녀 중 파랑새. 보통 블루버드라고 하지만, 이 작품은 새가 아니라 귀여운 플로린 공주다. 파랑새로 변한 왕자를 기다리는 장면. 전막으로 보면 오로라 공주의 결혼식에서 동화 내용을 재현한다고 볼 수 있다. 파랑새를 향해서 지저귀는 손짓과 귀 기울이는 모션이 깜찍하다. 앙증맞은 발 동작이 눈에 띈다. 탄탄한 기본기로 이뤄진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깜찍하고 가벼운 움직임! 현재 러시아 바가노바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는 중이다. 바가노바 유튜브 계정에 연습 클립이 종종 올라온다.

youtu.be/4KaeRNc_XUU

2020년 로잔 세미파이널리스트 남유진 - 코펠리아

괜히 그런 해가 있다. 한국인 파이널리스트와 수상자가 다 나의 예상대로 돌아갔는데도 이상하게 종종 떠올라서 찾아보게 되는 사람이 생긴다. 남유진 참가자가 그러하다. 어쩐지 파이널까지는 힘들 것 같았으나 더 보고 싶었기에 아쉬웠다. 코펠리아 3막 중 스와닐다 바리에이션인데 한동안 유행했다가 요즘엔 잘 안 보이는 작품이다. 선생님 코칭도 기억에 남았다. 테크닉적으로는 이미 완벽하고 에너지가 강하니까 스와닐다의 캐릭터를 더 나타냈으면 좋겠다는 지적. 신나고, 챠밍하고, 영~한 이미지. 말씀대로 테크닉이 뛰어나다. 정말 어려운 작품인데 깔끔하게 잘 살렸다. 짱짱한 점프, 절도 넘치는 동작이 눈에 띈다. 특히 잘 어울리는 작품을 골랐고 의상도 깜찍했는데 좀 더 긴장을 풀고 여유롭게 즐겼으면 왈가닥 스와닐다의 면모가 한껏 살아나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 어리고 가능성이 많으니까 앞으로를 기대하겠다.

youtu.be/1mLUygA7KwU

2021년 로잔 파이널리스트 및 4위 수상자 - 돈키호테 키트리

대망의 2021년 로잔 수상자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올해는 실시간으로 챙겨보기에 열악한 환경이었다. 총 18명의 한국인 참가자 중 3명이 파이널에 올랐고, 그중 윤서정 참가자가 4위 입상했다. 어떤 분의 제보로 뒤늦게 기사가 나왔는데 방송에서 대대적으로 축하하는 옆 나라랑 비교된다. 개인 영상을 반복해서 틀어주는데 상태가 제각기라 좀 산만한 감이 있어서 예년처럼 집중해서 다 챙겨볼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확연히 눈에 띄던 참가자가 상을 타서 기쁘다. 작은 편인데 에너지가 크다! 다만 저 서울예고 강당 배경이 좀 칙칙해서 아쉽다. 오래된 학교라 어쩔 수 없겠지만, 새 커튼이라도 달아서 더 깨끗하게 만들 수는 없었던 걸까! 이 키트리 바리에이션은 국내외 콩쿠르에서 너무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 정말 잘 소화하지 않는 이상 느낌이 없는데 눈에 확 들어왔다. 마냥 귀엽게만 하면 별로인데 파워풀한 키트리라서 좋았다. 열정적인 표정, 활력 넘치는 동작, 천연덕스러운 표현력, 끼를 발산하는 부채 사용법까지 노련하다!

youtu.be/EAyKP7tIxiw

2021년 로잔 파이널리스트 및 4위 수상자 윤서정 - 컨템포러리 Traces

컨템포러리에서 휘몰아치는 에너지도 뛰어나다. 격정적이고 자유분방한 움직임이었다. 전체적으로 몸을 대담하게 쓴다! 마지막에 휙 돌아보면서 시선을 남겨서 여운을 준다. 길고 여리여리한 몸을 이상적인 체형이라면서 무작정 밀어주는 대회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직접 만나서 며칠 관찰하면서 소통하며 정감 가는 참가자를 찾아낼 수 없는 상황이니까 각각의 개성이 얼마나 드러나는지 주안점을 두고 심사한 모양이다. 짱짱하고 튼튼한 체형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남다른 참가자였다. 어느 나라로 진출할 예정인지 궁금해진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무용수 위주로 정리해봤다. 이외에도 더 많지만, 최대한 겹치지 않는 작품이 선정 기준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져서 기존의 심사 방식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로잔의 묘미는 바 센터 워크에서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서 눈에 띄는 참가자를 찾고, 선생님들의 꼼꼼한 레슨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을 관찰하는 게 묘미인데! 더 넓은 무대를 꿈꾸는 영스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